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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외교 원로인 노동당 부위원장(국제담당) 리수용과 자타 공인 미국통 리용호 외무상을 한꺼번에 교체한 것은 상당한 변화이다. 그동안 대미 협상을 주도해온 외교의 양대 축을 동시에 바꾼 것은 외교 원로들의 퇴진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기존 외교라인에 대해 하노이 담판 후 북·미 핵협상 복원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선권의 외무상 임명이 사실이라면 그 의미는 훨씬 강하다. 군 출신으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평통을 이끌어온 리선권을 외교 수장으로 임명한 것은 상당한 파격이다. 남북 고위급회담의 북측 단장 등으로 활동한 그는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남측 기업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핀잔을 준 강경파이다. 과거에도 북한에서 외무상 출신이 대남 업무를 관장(허담)하거나 대남 업무를 관장하다가 외무상이 된(백남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외교 경력이 전혀 없는 리선권을 기용한 것은 북·미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후임자들의 당내 비중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불안하다. 외교적 해법의 퇴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러나 지휘부의 대대적 이동으로 현안 수사의 차질이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조국 수사’ ‘정권 수사’를 지휘해온 서울중앙지검 4명의 차장검사가 모두 지방청으로 발령났다. 이들 수사에 관여해온 대검 간부 상당수도 이동했다. 이들의 공백으로 관련 수사가 당분간 혼란스러울 것은 불문가지다. 수사 동력 약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야당 및 보수언론에서 제기하듯 ‘제2대학살’ ‘수사방해’라는 비난은 옳지도 않고, 섣부르다. 이들은 수사의 지휘계통에 있기는 하지만, 직접수사를 하는 실무 검사는 아니다. 무엇보다 ‘지휘부가 교체되면 수사 결론까지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은 검찰 조직에 대한 모독이다. 청와대 감찰 무마·선거개입 의혹 수사 실무팀 부장검사들도 모두 현직을 유지했다.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조국 수사’의 경우 수사팀장인 부장검사까지 전보조치됐으나, 이 수사는 이미 기소까지 끝난 상태다. 공소유지 등의 절차는 남아있는 검사들이 하면 된다. 이런 인사를 놓고 “수사방해” 운운하는 것은 억지일 뿐이다.


법원은 퀄컴이 모뎀칩셋 경쟁 제조사에 자사의 SEP 라이선스를 제한하거나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휴대전화 제조사에 모뎀칩셋을 팔 때 라이선스 계약을 강제한 사실도 인정했다. 다만 휴대전화 제조사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포괄적으로 맺으면서 기기당 사용료를 받은 이른바 ‘퀄컴세’를 부과한 것은 공정위가 위법성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징금은 확인된 위법행위만으로도 충분해 부과조치 명령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개정 선거법은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첫 결실을 맺은 패스트트랙 법안이다. 그럼에도 제1야당과 합의 없이 만들어진 ‘게임의 룰’은 여러 갈등과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출범을 공언한 게 단적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선거제 불협화음은 처음부터 ‘지역구로만 뽑자’는 시대착오적 대안만 던져놓고 정치개혁특위·법사위·본회의를 파행시킨 한국당의 귀속 책임이 크다. 여야는 꼼수나 편법보다 민심에 다가서고 선거에서 득표율을 높이려는 정치로 경쟁해야 한다. 지금도 늦은 선거구 획정 논의는 ‘열린 대화’로 마무리하길 기대한다.


주한 미군기지 내 기준치 이상의 과불화 화합물 검출은 미 국방부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나온 것이다. 스스로 환경오염 실태를 밝힌 만큼 왜곡이나 축소는 있을 수 없다. 미국은 미군기지 내 과불화 화합물 오염 대책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미군기지 인근 지역의 지하수 오염실태를 정밀조사하고 주민건강 영향조사도 실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피해는 미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차제에 미군기지 오염정화 비용을 미국이 부담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주한 미군기지라 해도 땅을 빌려주고 오염 뒤처리까지 감당해야 하는 일은 더 이상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새해에도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제 경기 김포시의 한 아파트에서 남편과 별거하던 30대 여성과 60대 어머니, 8세 아들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제적 어려움과 신병 비관을 토로하는 유서가 발견됐고, 범죄로 의심할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경찰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모두가 새 희망을 얘기하는 새해 첫 휴일, 사회 한쪽에서는 생활고로 한 가족이 죽음을 택한 것이다.


검찰 재수사로 드러나고 있는 해경의 부실 구조·수색 실상은 믿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해경은 참사 당일 항공구조 및 수색을 통제할 항공수색조정관(ACO)을 지정하지 않았다. 항공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헬기로 20~30분이면 이동해 치료받을 수 있었던 단원고 학생 임경빈군이 4시간여 방치된 끝에 숨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ACO 역할을 대신한 해경 초계기는 구조·수색 대신 헬기 고도조정 등 임무와 해경청장 의전에 토토사이트 집중했다고 한다.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의당 작동되어야 할 정부 내 조정 기능이 마비돼 있다는 점이다. 통상 검경 간 이견이 맞설 경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조정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현재 민정수석실은 여러 사건들로 불난 집 신세인 데다 개입할 처지도 아니다. 딱한 노릇이다. 이 때문에 어느 때보다 상호 협조가 필요한 국가수사기관이 다투며 공권력을 낭비하고 있다.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지 않다는 한 사례다. 비슷한 일이 다른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제에도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춘제로 2주간 휴장했던 중국 증시는 3일 개장하자마자 8.7% 폭락했다. 예상은 했지만 낙폭은 시장에서도 충격적인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여파로 코스피도 사흘 연속 하락했다.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보장, 위험의 외주화 근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52시간제 정착 등 노동계의 현안은 넘쳐난다. 내년은 민주노총 25주년이면서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를 맞는 해다. 제1노총이 된 민주노총의 행보는 달라진 위상에 걸맞게 유연하면서도 생산적이어야 한다. 정부 역시 민주노총을 대화 파트너로 끌어들이려는 정책적인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영국을 방문하는 중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라고 거듭 강조한 뒤에 한 말이지만 지금껏 북한을 두둔해오던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사용을 언급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김 위원장을 조롱하듯 불렀던 ‘로켓맨’이라는 말도 2년 만에 다시 입에 올렸다. 그런가 하면 북한 매체들은 4일 김 위원장이 군 고위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르는 장면을 보도했다. 중대 사안을 결정한다며 노동당 중앙당 전원회의도 소집했다. 전날에는 리태성 외무성 부상이 연말까지 새 협상안을 내놓으라며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를 시사했다.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 대화를 둘러싼 난기류가 심상치 않다.


국민주권의 행사 결과가 왜곡 없이 의회에서 대표되어야 하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요,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결정할 사안도 아니다. 공수처를 지지하는 여론은 80%가 넘는다. 이게 민심이다.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시민의 입법요구를 무시한다면 그는 누구를 대표하는 것인가. 진정 시민의 뜻을 받들고 대의민주주의 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라면,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말고 민의에 입각한 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정당이 어디인지, 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혐의는 12개다. 두 자녀의 대학·대학원 입시 때 허위 증명서·표창장 등을 제출해 해당기관의 업무를 방해했고, 딸이 받은 장학금 600만원은 뇌물이라고 했다. 차명주식을 보유하고도 신고하지 않았으며, 보고서조작 지시, 노트북 등 증거를 숨겼다고 했다. 검찰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도 업무방해 등 8개 혐의에 대해 추가 기소했다. 조 전 장관 가족 비리의혹 수사는 강제수사 126일 만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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